체육학 또는 관련 학과에서 공부를 하다보면 받게 되는 질문이 있다.
“전공이 무엇인가요?”
안타깝게도 80% 이상은 스포츠 종목을 묻는 질문이다.
체육학은 체육이나 스포츠와 같은 활동을 주요한 대상으로 삼고 있으니, 당연한 질문일 수 있다.
다음은 이 질문에 대한 일반적인 답변이다.
“체육학은 체육이나 스포츠에 관해 연구하는 학문으로, 그 세부 분류를 “종목”으로 하여 전공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특정 종목에 집중하여 실기 훈련과 이론적 학습을 수행하는 대학과 학과가 존재하기도 하고, 종목별 특기생이라는 자격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만, 대다수의 체육학 전공 학생들은 종목 스포츠나 실기 훈련을 전공으로 하지 않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대답이 괜찮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럼 당신은 어떤 학문을 공부하고 있나요?”
만약 이 질문을 받은 사람이 대학원생이라면, 본인이 전공하는 체육학의 분과학문 분류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스포츠심리학이라면, 체육 및 스포츠에 관한 심리학적 관점의 연구이다. 이 대답에도 뒤따르는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의 경우 전공에 대한 대화는 여기에서 멈추게 된다. 확립된 모학문(mother discipline)이 있고 그 연구의 대상을 체육 및 스포츠(직관적으로 쉽게 이해 가능함)로 삼는다고 하니 얼마나 딱 떨어지는 대답인가.
만약 위의 질문을 받은 사람이 대학생이라면, 가능한 답변을 다음과 같이 생각해볼 수 있다. (국가자격취득을 위한 교육과정을 참고하자.) 스포츠지도사 2급 기준으로 스포츠교육학, 스포츠사회학, 스포츠심리학, 스포츠윤리, 운동생리학, 운동역학, 한국체육사 과목이 체육학의 범주에 들어온다. 대략 추려봐도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최근에는 의학과 공학도 체육학의 연구방법론에 포함되고 있다. 체육학은 체육 및 스포츠를 대상으로 하는 가능한 모든 연구의 총집합이다. 체육학은 진정한 융합학문이 되었다! 단, 융합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전문성은 어떻게 길러지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도록 하자.
전공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런 답변은 괜찮을까? 이 답변에 담겨있는 것은 체육학(그리고 관련 학문분야)의 현황이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체육계열 학과의 학생은 60학점 정도의 전공 수업을 이수한다. 이중 1/3이상은 실기수업이다. 개설되었으나 필수교과가 아니면 수강하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다. 학부 4년간 15개 정도의 이론과목을 이수하는 셈인데, 세부 전공분야를 기준으로 할 때 1과목, 많아야 2과목정도를 이수한다. 과목 1~2개 정도를 이수하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주 1회 3시간 스포츠심리학 과목을 15주간 이수하면 스포츠심리학 전문성을 갖추게 되는가? 운동생리학, 트레이닝 방법론 강의를 수강하면 AT 전문가로 활동할 정도의 전문성을 갖추게 되는가? 체육교사가 되기 위해 체육 및 스포츠에 관한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분야의 모든 지식을 섭렵하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는가? 현행 체육 관련 학과의 교육과정은 체육 및 스포츠 전문인 양성에 적합한가? 다루고 있는 내용의 폭과 깊이는 교양 수준인가 전공 수준인가?
전공의 세부 분야가 많고, 각 영역별 충분한 교육시간이 배정될 수 없다는 점은 체육학 전공에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다.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여기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체육학의 경우 다양한 하위 영역들의 연구 초점들이 적용되는 각각의 방법에 종속적이라는 점이다. 체육 및 스포츠 현상과 활동이라는 대상은 공유하고 있으나, 연구에 적용하는 방법과 이론 그리고 그 결과 도출되는 지식은 체육 및 스포츠 현상의 특수한 측면만을 조명한다.
자 이제 체육학 전공 대학생은 자신의 전공분야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추가. 전문성 위기. 그렇다면 복수전공, 그런데 그럼 체육학은 무슨소용? 모학문 공부해서 스포츠ㅇㅇㅇ 전문가가 되면, 그냥 ㅇㅇㅇ전공해서 스포츠 관련 일을 하면 되지. 대학에서의 체육 계열 학과 전공 교육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